일단 1차 종양 부위에서 혈관신생이 나타나면, 암세포가 주변 조직으로 침윤하고 먼 부위로 전이가 이루어질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게 됩니다. 흑색종이 아닌 피부암과 같은 일부 암의 경우, 침윤이나 전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외 형태의 암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암이 진단되었을 때 이미 최초 부위를 넘어 전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암은 전이된 후의 치료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이런 놀라운 통계값은 초기 암을 발견해내기 위한 좀 더 향상된 방법의 중요성을 환기시킵니다.
침윤과 전이에 의한 암세포의 확산은 복잡한 다단계 과정입니다.
암은 침윤과 전이라는 두 가지 독특한 메커니즘으로 몸으로 퍼져나갑니다. 침윤(invasion)은 암세포가 이웃 조직으로 직접 이동하고 침투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전이(metastasis)란 암세포가 혈류(또는 다른 체액)를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물리적으로 1차 종양과 인접하지 않는 새로운 종양을 형성하는 능력을 포합합니다.
전이는 앞서 설명했던 혈관신생과정으로부터 시작되는 복잡한 일련의 단계적 반응을 거칩니다. 혈관신생에 수반되는 일들은 크게 세 과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과정은 암세포가 주변조직을 침투하여 림프관이나 혈관벽을 투과함으로써 혈류로의 접근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과정에서, 이러한 암세포들이 순환계를 통해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암세포가 혈류에서 벗어나 특정 기관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전이종양을 생성합니다. 1차 종양에서 비롯한 세포가 이러한 과정 중 어느 부분이라도 완성되지 못하거나 어느 한 과정이 차단된다면, 전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암세포의 특성이 어떻게 이러한 단계를 가능하게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포 부착력과 운동성의 변화, 단백질분해효소의 생성이 암세포가 주변조직과 혈관으로 침투할 수 있게 합니다.
전이를 초래하는 초기 단계는 암세포가 주변조직과 혈관을 침투하는 것입니다. 생성된 곳에서 그대로 머무르는 양성 종양세포나 대부분의 세포와는 달리, 암세포는 본래 생긴 부위를 떠나 주변조직의 벽을 침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순환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침윤행위가 가능함을 설명하는 몇몇 메커니즘이 제시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수반되는 것이 세포 간 부착력의 변화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인접한 세포들끼리는 각 세포의 외부 표면의 세포 간 부착 단백질의 상호 결합작용으로 함께 붙어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세포를 제저리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착분자들은, 암세포에서는 흔히 없거나 결함이 있어 세포가 쉽게 주 종양 덩어리에서 분리될 수 있습니다. 암세포의 감소된 부착력은 간단한 실험으로 쉽게 증명될 수 있습니다. 암조직의 샘플을 용액으로 채운 플라스크에 현탁시키고 플라스크를 격렬하게 흔들면, 비교 가능한 정상 조직 샘플에 비해 세포가 서로 쉽게 분리될 것입니다.
많은 사례에서 암세포의 부착력 감소는 정상 상태에서 상피세포 사이를 결합시키는 세포 간 부착단백질인 E-카드헤린의 소실에 기인합니다. 일반적으로 고도로 침윤된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E-카드헤린이 적어, 카드헤린서실과 침윤성 간의 관련성을 시사합니다.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는 연구로, 침윤이 일어나지 않은 암세포 군에 E-카드헤린의 기능을 막는 항체를 처리했습니다. 그 결과 암세포는 침윤성을 획득하였습니다. 반대로 E-카드헤린이 부족한 암세포에 이 분자를 다시 넣어주면 동물에 주입하였을 때 침윤된 종양을 형성하는 능력이 억제됩니다.
종양침윤의 두 번째 특성은 세포 간 부착의 소실 이후 암세포간 분리가 가능하게끔 하는 세포의 운동성을 들 수 있습니다. 암세포는 세포운동에 필요한 모든 정상적인 세포질 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실제적인 이동은 주변 숙주조직이나 암세포 자체에서 생성한 신호전달분자들에 의해 자극받아야 합니다. 세포의 운동성이 증가된 것 외에도, 이러한 신호전달분자들 중 일부는 암세포가 이동하는 방향의 유도신호로써 세포의 움직임을 인도하는 화학 유인물질로 작용합니다.
감소된 부착력과 활성화된 운동성과 더불어 침윤의 세 번째 특성은 단백질분해효소의 합성입니다. 이런 효소들의 기능은 암세포가 이동하는 데 장벽이 되는 구조를 붕괴시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인체 암90% 정도의 근원인 상피세포의 경우, 단백질을 함유하는 얇고 빽빽한 층인 기저막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습니다. 상피세포에서 유래한 암이 주변조직으로 침윤하기 위해서는 기저막이 먼저 붕괴도어야만 합니다. 암세포는 기저막에 존재하는 주요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합성함으로써 이 장벽을 극복합니다.
이런 단백질분해효소 중 하나인 플라스미노겐 활성인자는 비활성 전구체인 플라스미노겐을 활성 단백질효소인 플라스민으로 전환하는 효소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조직에 플라스미노겐이 높은 농도로 존재하고 있어서, 암세포에서 적은 양의 플라스미노겐 활성인자가 분비되어도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플라스민이 생성됩니다. 플라스민은 두 가지 일을 수행합니다. (1)기저막과 세포외 기질의 구성 요소를 붕괴시켜, 종양의 침윤을 촉진시킵니다. (2)숙주세포 주변에서 생성된 단백질분해효소인 matrix metalloproteinase(MMP)의 비활성 전구체를 분해하여, 역시 기저막과 세포외 기질의 구성 요소를 붕괴하는 활성효소로 전환시킵니다.단백질분해효소가 기저막 투과를 가능하게 한 후, 그 아래의 조직 기질을 분해하여 암세포가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줍니다. 그러면 암세포가 이동하여 기저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세혈관이나 림프관에 도달합니다. 단백질분해효소가 이 두번째 기저막까지 모두 분해시키면, 마침내 암세포는 이를 투과하여 혈관 내면을 구성하고 있는 내피세포의 층을 지납니다. 이 과정이 암세포가 순환계로 들어가는 최종 관문이 됩니다.